파산이 예정된 청년들, 누구의 책임인가

817d8ae23f54

요즘 들어 부채에 허덕이는 청년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얼마 전 동아일보의 책 소개를 보다가 ‘파산이 예정된 청년들’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제목부터 섬뜩하다. 청년기의 파산이 예정되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파산이 예정된 청년들, 누구의 책임인가

사실 우리 사회에서 청년 부채 문제는 더 이상 낯선 얘기가 아니다. 등록금 대출, 주거비, 취업 준비 비용까지 20대부터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30대 가구의 평균 부채는 약 7,500만 원에 달하며, 이 중 30% 이상이 학자금 대출과 주택 관련 대출이다. 특히 청년층의 연체율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4년에는 2.5%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대출 연체율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청년 일자리는 줄고, 집값은 치솟고, 학자금 대출은 이자가 쌓여가는데 정작 안전망은 너무 성기다.

원인을 좀 더 들여다보면, 첫째로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이 크다. 비정규직이 늘고,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4년 청년(15~29세) 고용률은 45%대에 머물고 있으며,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초봉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고,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 소득은 정체되어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신입사원 연봉이 10년 전보다 10%밖에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는 30% 이상 올랐다”고 토로했다. 둘째로,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아예 꿈도 못 꾸는 세대가 되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면서, 청년들이 평균 소득으로 주택을 구매하려면 20년 이상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세 대출까지 끼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셋째로,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다. 청년층을 위한 주거 지원, 의료 지원, 법률 지원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빚 독촉이나 파산 절차에서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형사변호사 같은 곳을 참고하면 좋다.

실제 사례를 보면, 한 30대 초반 직장인은 학자금 대출 2천만 원과 생활비 대출 1천만 원을 갚느라 월급의 절반을 이자로 내고 있다. 그는 “이자만 내도 허덕이는데 원금은 언제 갚나”라며 한숨을 쉰다. 그러다 실직까지 하면 바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고민해야 한다. 또 다른 사례는 20대 후반 프리랜서인데, 코로나 이후 일거리가 줄면서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소액이었는데, 연 20%가 넘는 이자가 붙으면서 1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났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두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 탓이 크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청년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채가 있는 청년의 60%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했으며, 30%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빚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미루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2024년 통계청 인구동향을 보면 청년층의 혼인율과 출산율은 계속 하락세다. 경제적 불안정이 인구 구조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청년기 연장 현상’의 결과로 분석한다. 과거에는 20대 후반이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가정을 꾸렸지만, 지금은 30대 중반까지도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불안정한 경제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은 특히 학자금 대출과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해 그 강도가 세다. 미국의 경우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프로그램이나 파산 면책 제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만, 한국은 아직 미흡하다.

앞으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청년 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정부의 대책은 뒷전이다. 개인회생이나 파산 제도가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법률 구조 공단의 상담을 받아도 실제로 진행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리고, 변호사 선임 비용은 수백만 원에 달한다. 결국 청년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금융 교육을 받거나, 법률 상담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 회복 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하거나, 지자체의 청년 금융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체가 청년들을 위한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